2009년 11월 3일 화요일

사랑 1,2,3

 

1.
사랑은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랑보다 슬픈 사랑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꾸지만 그런 사랑은 아주 드물다. 어떤 사람은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너무나 지독하기 때문에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다. 때로는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떠한 보상을 받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인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어떠한 미덕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마침내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 밖에는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이 다음에 다가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2.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일에서 시작된다. 아니, 거기에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하찮은 일이 소중한 것으로 바뀌고 마침내 생명까지도 걸 만큼이나 진지하게 변하는 것이다.

 

3.
사랑의 길은 거칠고 험하다. 냉정한 사랑이란 결국 따뜻한 사랑이 뿌리깊게 진행되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에 의해, 마침내 사랑은 수증기처럼 기화해서 천국의 입구까지 도달한다. 태양의 따뜻한 온기에 의해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버린, 그러나 여전히 영원한 사랑을 잡기 위해 애타게 손을 내미는 눈사람들을, 어쩌면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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